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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즈] 열




스파키님 리퀘 스폰즈입니다!

근데 이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 ..ㄴㅇㄻㄴㄻㄴㄻ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면목이 없네요...............어쩌지.........











몸은 통증에 반응하고 통증은 머리에서 반응한다. 눈을 감고 뜨는 동안에도 수만 번, 많게는 수십만 번 일어나는 일이다. 적어도 스팍이 알고 있는 매커니즘이란 그랬다. 특수한 상황에는 특수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이고, 그것은 스팍이 레너드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논리였다. 아무리 불완전하고 금방 부서질 것 같더라도 아름답게 조각해 낸 유리잔을 보고 미완성품이라 부를 수는 없었다. 스팍은 레너드 맥코이를, 닥터 본즈를 그런 것으로 이해하려 했다. 이지러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숨결을 불어 넣으면, 레너드는 때로는 그가 예상한대로,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대로 부풀거나 줄어들었다. 모두 레너드가 본래 갖고 있던 모습이었다. 감정을 담아낸 얼굴을 보면 만족스러웠다.


"닥터."


조용히 불렀으나 숙인 얼굴에 들릴까 싶었다. 하지만 용케도 레너드는 스팍을 마주해 주었다. 아드레날린이 과하게 분비된 그는 이미 10분이 넘도록 헐떡이고 있었다. 불안정한 호흡이라 간간이 끊겼다. 관자놀이부터 땀인지 피인지 모를 것이 흘러 레너드의 숙인 얼굴 아래로 똑, 똑, 떨어져 벌린 다리 사이에 점성 짙은 웅덩이를 작게 만들어냈다. 스팍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등 뒤로 양 손목을 묶은 쇠사슬이 더걱더걱 끌렸다. 언제 얻어 맞은 것인지 등이며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아서 스팍은 아랫입술을 바투 깨물었다. 반쯤 찌그러진 레너드의 눈이 스팍을 담아냈다가, 다시 감겼다. 스팍이 창살을 살펴보는 동안 그는 얼굴을 들어올리려는 기색까지는 보였으나, 금세 떨구고 처지길 반복했다. 


함장은 어디 있을까. 스팍은 몇 초간 고민하다가 그는 따로 끌려 갔지 않을까 싶었다. 다른 크루들도 어딘가 갇혀 있을 터였다. 그의 생각으로는, 이 행성의 우주인들은 분명 인간만큼의 지능은 갖고 있는 듯했다. 결코 조악하지 않은 이 쇠창살 감옥이나 레너드와 자신을 묶어 놓은 쇠사슬 또한 그러했다. 뭘로 만든 것일까, 스팍이 가만히 살피는 동안 레너드가 고개를 저었다. 힘겹고 느린 동작이었다. 


"그만 둬."


무슨 뜻인지 스팍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차분히 응대했다.


"나갈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레너드는 허탈히 웃으며 몇 번 고통스레 기침했다. 퉤, 피 섞인 침을 뱉어내는 투가 영 사나웠다. 


"하여튼 너는,"


까지 말한 그는 다시 기침했다. 방금과 소리가 영 달라 스팍이 그를 급히 마주했다. 급기야 상체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스팍은 혼란한 검은 눈을 굴리며 조금 더 다가섰다. 쇠창살에 이마가 겨우겨우 닿을 만했을 때 묵직한 쇠사슬의 길이가 다했다. 스팍은 창살 사이에 얼굴을 대고 레너드를 불렀다. 닥터, 닥터, 그리고 레너드. 


"정신 잃으시면 안 됩니다."


스팍은 창살 사이에 위치하던 얼굴을 내려 쓰러진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짧은 쇠사슬덕에 팔이 들어올려지고 손목이 뒤틀렸다. 깜박, 깜박, 눈빛이 희미하게나마 돌아오고 다시 숨 쉬는 레너드를 보고도 차마 안도할 수는 없었다.


"스팍, 나는 말이야."


부름은 짧고 연약해서 언뜻 들으면 한숨 같기도 했다. 


"나는 너무 약했어. 네 말이 맞아. 나는,"


다시 기침. 고통스레 미간을 구기며 쿨럭대는 레너드에게 보일 리 없건만, 스팍은 고개를 저었다. 자세를 더 낮추려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바닥의 냉기며 냄새에 숨막혔다. 


"말하지 마십시오."


레너드의 등이 들썩였다. 그의 크루 셔츠 목 언저리, 그리고 등에 묻은 피를 그제야 발견한 스팍은 누구의 혈흔인지 추측하고 싶었다. 머릿속이 새카매지는 것만 같았다. 시야가 흐트러졌다. 말을 뱉으면 더듬을 것 같아서 어금니를 한참 꾹, 물었다. 부자유스러운 제 팔에 화가 났다. 젖힌 어깨에 힘을 주고 힘껏 앞으로 당겨 보았다. 그의 입에서 앓는 소리까지 나왔으나 소용없었다. 어깨를 뒤틀며 화를 삭였다. 레너드는 그가 하는 양을 말없이 보고만 있다가, 결국 한 마디를 내뱉었다.


"힘 빼도 돼."


금방이라도 화가 뚝뚝 떨어질 것 같던 스팍이 천천히 가라앉고, 그의 뺨이 거의 바닥에 닿을 때까지 그는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남은 힘으로 기었다. 창살 사이에 두 이마가 마침내 닿았다. 


"알겠습니다."


레너드는 새삼 기억해냈다. 그래, 저 벌칸의 중저음에 내가 홀딱 맛이 간 적도 있었지. 헛웃음을 짓고 싶었으나 숨이 찼다. 몸을 조금 더 끌었다. 쇠사슬이 당겨진 끝에 그가 스팍에게 입 맞추었다. 입술 끝만 겨우 닿아서 숨이 달았다. 불규칙적으로 들이쉬었다 내뱉는 레너드의 입김에서마저 피 냄새가 났다. 


나는 네가 영원히 나를 못 읽었으면 좋겠어.


레너드는 목 끝까지 들어찬 말을 내뱉는 대신 애달프게 입술만 부벼댔다. 떨어지지 못하고 한참을 머물렀다. 불편하게 뒤틀린 두 몸이 겹친 곳은 좁았으나, 아슬아슬하게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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