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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린킬리

[소린킬리필리] Dependable 이어서

톨킨전력60분 - 드워프 주제로 참가합니다.



마피아 AU 두린가입니다.

이전에 썼던 연성인데 톨킨전력 주제가 마침 드워프라... 이어서 조금만 더 써봤어요


시간 없어서 정말 짧게 ㅠ_ㅠ 참가하는 것에 의의를..ㅋ...



이 글의 앞부분 : http://ashlick.tistory.com/75












킬리의 어린 생일, 총상으로 생긴 소린의 흉터는 그가 나이 듦에 따라 천천히 색이 바래갔다. 처음에는 분홍으로 바뀌던 것이 이제는 제법 흰 색을 띠고 있었다. 몸의 색소가 빠져나가듯이 소린은 아주 느리게 나이 들어갔다. 상처보다는 기억이, 잃은 것보다는 지켜야 할 것이 더 많아진 가장은 언제부턴가 웃질 않았다. 웃음은 차라리 가진 것이 없을 때에 더 흔했다. 소린은 조카들의 환한 모습을 볼 때마다 제 얼굴이 굳었다 느꼈다. 책 대신 총을 쥐어준 아이들은 다행히도, 꾸준한 그의 훈육 탓에 모자라거나 삐뚤어진 부분이 없었다. 소린은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겼다. 그러나 제 울타리에 아이들을 가둔 것을 용서받을 마음은 없었다. 따끔한 총열의 밀림을 받을 때마다 쌓인 카르마는 비단 더러워진 손에게만 해당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킬리의 이빨이 처음 났을 때 한 번, 필리가 처음으로 총을 잡았을 때에 두 번 느꼈다. 이후로는 소린이 가지고 있는 회한도 천천히 깊어가는 주름처럼 모르는 새 익숙해져 버렸다. 


“장가를 가시는 건 어때요? 형도 찬성이래요.”


뭣 모를 말을 동그란 눈으로 해대던 킬리에게 소린은 하나하나 설명할 수 없었다. 대신 손을 뻗어 쓰다듬어 주었다. 큰 손은 열아홉 킬리의 작은 머리통 위에 묵직하니 얹혀졌다. 한 쪽 눈을 찡그리며 웃어 보이곤, 행여 제 말이 삼촌에게 상처를 준 것은 아닌지 슬며시 살펴보는 착한 아이였다. 소린은 제 조카가 제게 그래준 것처럼 환히 웃어주고 싶었으나, 이미 굳은 얼굴은 펴지질 않았다. 


그는 거울 앞에서 제 총상의 흔적을 손으로 쓸어 보았다. 거뭇한 체모 옆에 난 흔적은 킬리의 말대로 겨울나무와 같은 문신으로 덮어도 제법 볼만할 터였다. 그러나 이제는 보여줄 여인도 없거니와 혼자 보며 즐길 나이는 한참 지났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둥글게 번진 흉터 위로 뻗어가는 겨울나무의 가지를 상상하며 오래도록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소린이 이 상처를 입은 날에 삼촌이 주려 했던 어린 킬리의 생일선물은 결국 뭉그러지고 으깨져 다시 찾지 못했다. 그러나 생일이 지난 다음 날, 의연하게 엄마 손을 붙잡고 병실까지 찾아온 어린 조카는 삼촌이 죽는 거냐고 물어 보았었다. 소린은 그 동그란 머리를 여태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아빠처럼 삼촌마저도 영영 죽는 것이냐고 되묻던, 울지도 않고 저를 똑바로 보던 조카의 얼굴은 폭설의 상처보다 독하게 아로새겨졌다. 소린은 기억을 더듬었다. 아니, 더듬을 필요도 없었다. 아이들에 관한 것이면 무엇이든 선명했다. 










필리가 소린에게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잔혹함이었다. 이는 몹쓸 손짓이나 쓸데없이 잔‘악’한 것을 뜻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 팔을 잘라낼 수 있는 결단력에 가까웠다. 그는 소린과 킬리를 제외한 모든 것을 버리는 것부터 배웠다. 보스가 될 준비를 하는 것은 곧 주변을 나누고 정리하고, 버리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필리는 눈 내려깐 삼촌의 나이 든 옆모습을 볼 때마다 그가 자신의 보스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는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 제게 우산을 씌워주려 학교까지 찾아왔던 소린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커다랗고, 검은 코트 안에 갇힌, 따뜻한 삼촌의 모습은 흰 눈에 흑백으로 또렷했다. 소린은 제 후계자를 아끼는 만큼 질책했으나, 어린 킬리는 용케도 질투하지 않았다. 그 또한 다행이었다. 


그는 삼촌의 큰 걸음을 부지런히 따랐다. X컴퍼니 실장이 처리되었으니 며칠 지나면 연루되었던 자들이 숨어 자라던 굼벵이처럼 하나 둘 기어 나올 터였다. 모두 제 손으로 처리할 사항들이었다. 보스의 구둣발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앞에서 버티는 것이 필리의 역할이었다. 그는 소린의 넓고 커다란 등에서 시선을 떼고 소매를 슬쩍 걷었다. 은색 블랑팡이 손목에서 빛났다. 아랫입술에 슬며시 불편한 힘이 들어갔다. 킬리가 올 시간이 지났는데. 찝찝한 마음을 빠른 걸음으로 지워가며 보스를 따라 차 뒷자석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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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린킬리

[소린킬리필리] Dependable

두린 가 마피아 au입니다. (약간 소린킬리, 거의 논커플링)

원래 어둠숲온리전에 돌발본으로 내려고 했으나 행사 며칠 앞두고 감기몸살로 인하여 불발된 ㅠㅠ

그래서 8페이지나마 썼던 거라도.... 올려 봅니다...



(이글루에서 9/5 옮겨왔습니다)



















“약쟁이하고는 손 안 잡습니다.”


소린을 만나 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고집에 놀라고, 파도 같은 능수능란함에 놀랐다. 적이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말려들까 싶으면 놓아주고, 풀릴까 싶으면 다시 붙드는 말의 힘. 그러나 그것은 소린의 뛰어난 화법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오래도록 이 바닥에서 구르며 터득한 것의 일말일 뿐이었다. 가죽 의자에 계속 몸 기대 있는 소린을 보며, 사내는 악수하려 뻗었던 손을 머쓱하니 거두었다. 실례했구먼. 앞머리를 넘기며 중절모를 도로 쓰고 일어선 그는 나이가 소린뻘이었으며 카르텔 중에서도 오랫동안 권세를 유지하고 있는 계열의 실세였다. 눈인사를 건네고 사무실을 나설 때까지도 소린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왼쪽에 나란히 선 필리와 킬리가 사내의 등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자 킬리가 먼저 입 열었다. 


“괜찮을까요?”


소린은 담배 케이스를 꺼냈다. 은색 갑을 소리 나게 열고 한 대 빼자 옆에서 필리가 불 붙여 주었다. 한 모금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창문 좀 열어다오. 갑갑하구나.”


감색 조끼 안으로 단정히 매 둔 넥타이를 잡아 늘렸다. 다시 한 모금 빨았다.













킬리가 처음 총을 배울 때 소린은 그에게 글록을 구해다 주었다. 제 삼촌의 손 안에서 총신을 쥐고 감싸는 손가락 태가 제법이었으나 소린은 딱히 내색하지 않았다. 뒤에 서서 양팔로 감싸 겨누는 법을 알려주는 동안 소린은 조카가 떠는 것을 느꼈다. 또한 내색하지 않았다. 


“숨을 조절해야 한다. 몸보다는 숨이 먼저다.”


귀에 대고 말하곤 손 각도를 내려 과녁의 가슴을, 다시 올려 과녁의 머리를 겨냥해 주었다. 다행히 손은 등처럼 떨지 않았다. 작은 조카가 생애 첫 발을 쏘는 동안 큰 조카는 몇 발 떨어진 곳에 주저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다. 킬리 나이 열아홉일 때였다.













소린은 ‘가족’의 일을 남에게 처리하는 법이 없었다. 자잘한 일까지 제 손 안에서 해결하려 했다. 필리와 킬리가 삼촌에게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손을 빌리지 마라, 닿는 손이 많아질수록 머리가 아파 온다. ‘가족’을 움직이는 가장 큰 법칙이었다. 이번 일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면하는 자들끼리 급이 비슷한 것이 관례건만 소린은 드왈린이나 필리를 내보내지 않고, 직접 나서 손님을 맞았다. 킬리는 막 청소를 끝낸 제 글록 총신을 마저 조립하며 맞은편에 앉은 제 형을 바라보았다. 필리는 다리를 꼰 채 신문을 펼치고 있었다. 


“삼촌께서 정말 이번 일을 안 받으실까?”

“이미 결정 났잖아.”

“그래도.”


마지막 손잡이 부분이 찰칵, 맞아 떨어지고 킬리는 잠금을 풀었다가 다시 채웠다. 필리는 신문을 한 장 넘기고 다리를 반대쪽으로 꼬았다.


“할아버지 이전부터 원래 카르텔 쪽이랑은 일 안 했다.”


그렇군. 킬리는 짧게 대답하고 글록을 재킷 안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탁자 위에 벌여 놓은 로드며 세척액을 주섬주섬 챙겨 들었다. 하지만 거액이잖아, 그 아저씨도 꽤 거물이 아니었나, 우리가 위험하진 않을까, 말이 머리를 채우고 이내 밖으로 나올 거 같았으나 신문만 뚫어져라 읽는 형의 이마를 보니 차마 뱉을 수 없었다. 일어서서 걸어 나가는 동안에도 필리는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문 밖에서 킬리의 부하가 나가십니까, 하며 말하는 게 들렸다.













비가 마구 쏟아지던 날, 당시 어리던 킬리의 생일을 챙기려 소린은 백화점을 돌며 완구를 골랐다. 따라오는 부하들을 물리고 드왈린과 단 둘이 로비를 거닐었다. 드왈린이 종이봉투를 든 채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는 막내 조카의 생일파티에 더 늦었다간 애들 엄마에게 혼쭐날지도 모른단 이야기 따위를 건네었고, 소린은 앞에서 응, 응, 하며 건성으로 넘겨 대답했고, 백화점을 나설 때에 드왈린이 뒤에서 우산을 받쳐 주는 순간 그의 옆구리에 총알이 박혔다. 총성도 들리지 않았다. 비 젖은 백화점 앞, 대리석 위에 무릎 꿇고 있다가 뒤에서 끌어안고 제 몸을 당기는 드왈린의 손이 느껴졌다. 


소린은 코트를 점점 적셔가는 비를 느끼며, 옆구리로부터 시작해 황망한 머릿속을 스치는 통증을 느끼며, 처음 총 쥐던 날을 생각했다. 묻은 피를 지우는 것만으로도 두려워서 손 떨던 때가 있었다. 젊은 시절이었다. 뼈를 가르는 칼 감촉이 싫어서 총을 쥐었다. 쏠 때마다 제 쪽으로 밀어대는 총열의 힘이 좋았다. 박아 놓은 총알이 언젠가 돌고 돌아서 제 머리에 박히는 것은 괜찮았다. 카르마는 오히려 그에게 있어 미리 받아 놓은 위안과 같았다. 칼자국과 총탄에 범벅이 되어 죽는 제 모습을 상상하면 평온해질 수 있었다. 그는 귀신도, 죄책감도 믿지 않았지만 죄는 믿었다. 중년이 되는 동안 몸에 하나씩 남은 흉터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위안, 그리고 죄. 언제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박고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한 가족의 가장. 


총상은 둥근 원에서 퍼져나간 번짐으로 계속 소린의 옆구리에 남아 있었다. 욕실의 뿌연 거울에 샤워기를 가져가 물을 뿌리자 상체가 선명히 드러났다. 체모 사이로 비치는 흔적은 세월에 비해 많았고, 싸움에 비해 적었다. 이제는 지난 싸움을 떠올려도 어떤 감상이 들지 않았다. 감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할 때마다 소린은 자신이 나이 들었다고 느꼈다. 그는 젖은 거울 위를 괜히 손바닥으로 한 번 문질렀다.


“요즘은 흉터 위에 문신하는 것도 유행이래요.”


윗도리를 벗고 운동하는 소린을 보며 킬리가 말한 적 있었다. 소린은 무슨 말인가 싶어 대답하지 못했다. 옆에 놓아 둔 수건을 들어 눈썹 위 흐르는 땀을 닦았다. 검정 곱슬머리를 자르지 않고 내버려두었더니 이제 어깨에 닿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땀 젖은 살갗 위에 스치니 제 머리칼이라도 간질간질했다. 소린은 문득 제 조카가 옆구리께의 총상 흉터를 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흉터 모양에 따라서 그림을 그려 주나 봐요. 삼촌 그 옆구리는 겨울나무 같은 게 어울릴 거 같기도 하고.”


겨울나무라. 소린은 고개를 틀어 옆구리를 내려 보았다. 원에서 퍼지듯이 나간 흰 자욱에 앙상한 겨울나무는 그럴싸할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내 경박하다 생각되어서 더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킬리가 그 말을 한 이후로 소린은 몸에 상처를 더 입지 않았다. 이미 곳곳에 빼곡한 흉터 위에 새 상처가 자리 잡는다면 문신 하나 정도는 생각해 볼 법했다. 소린은 샤워기를 껐다. 욕실에서 마저 몸을 닦고 수건을 걸치고 나왔다. 밖에서 필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이 왔습니다. 삼촌께서 직접 사무실로 가셔서 만나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좋은 일이냐?”


필리는 소린이 건넨 수건을 받아 들고, 대신 제 손에 들고 있던 깨끗한 속옷과 정장 셔츠, 바지를 내밀었다. 


“X컴퍼니 실장을 잡아 왔다는군요.”

“허.”


짧게 뱉은 소리에 만족감이 얼핏 드러나서, 필리는 슬며시 웃었다. X컴퍼니의 실장은 몇 년째 소린을 애먹이고 있는 자였다. 말을 듣지 않아 거래를 끊으니 언행을 함부로 하기에 소린이 직접 제 앞에 데려오라 지시했으나 이후로 몇 달 숨어 다녔더랬다. 그게 이제야 잡힌 것이었다. 그는 필리가 준 옷을 차례로 입고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거울을 보며 옷깃을 추스른 뒤 아직 젖어 있는 곱슬머리를 손바닥으로 쓱쓱, 문질러 넘겼다. 귀 뒤로 윤기 나는 머리칼이 가지런히 자리 잡았다. 먼저 걸음 하는 것을 필리가 뒤에서 따랐다.


“킬리는?”

“아까 나가더니 안 보입니다.”


소린은 소리 내서 혀를 찼다. 저택 계단을 내려가는 구둣발이 조금 급했다. 아래서 기다리던 녀석 하나에게 소린이 손짓했다. 제 재킷을 가져오란 뜻이었다. 1층을 졸며 지키고 있던 녀석들이 보스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바빠졌다.


“함부로 나다니지 말라고 일러라.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예.”


필리는 더 말을 덧붙이고 싶었으나 굳이 첨언하지 않았다. 삼촌의 셔츠 입은 등을 뒤에서 바라보며 걸음 속도를 맞추었다. 













실장은 이미 몇 대를 맞은 상황이었다. 필리가 부러 지시한 것이었다. 그는 소린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닥에 피 섞인 침을 뱉었다. 


“내가 뒈져서라도 당신네 가문에서 벗어나고야 말 거다.”


혀가 씹힌 건지, 이가 나간 건지 몰라도 발음이 샜다. 옆에 선 몇몇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소린과 필리는 아니었다. 누군가 소린에게 의자를 내밀어 주었다. 소린이 앉은 채 팔꿈치를 무릎에 놓고 상체를 숙였다. 실장과 눈이 마주쳤다. 필리에게도 의자가 주어졌으나 그는 앉지 않았다. 소매 단추를 풀지도 않고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이미 피떡된 몸이 다시 넘어졌다. 


“닥치고 있어라, 좀.”


넘어진 목덜미를 잡아채어다가 소린의 발 앞까지 끌고 와 던졌다. 소린의 검정 구두 위에 침인지 피인지 모를 액체가 튀었다. 일어나지 못하는 뒤통수를 소린이 무표정히 내려다보았다.


“필리, 총.”

“예.”


필리의 S&W M500은 소린이 쓰는 베레타보다 훨씬 가벼웠다. 소린은 그대로 실장의 뒤통수에 총구를 박아 넣은 채 장전하고, 쏘았다. 보스가 오고도 내내 뒤숭숭하던 분위기가 총성 한 방으로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더럽혀진 제 총을 받아 든 필리는 손수건을 꺼내 소린에게 주었다. 소린이 대충 손을 닦고 도로 넘겨주어 그것으로 제 총을 닦았다. 총신을 닦는 동안 소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이 없어도 알아서 몇몇이 달려들어 시체를 치웠다. 소린은 일어났다. 빳빳한 정장 바지에 주름이 졌다. 뭔지 모를 액체가 천 위에 파스스 튀어 있었다. 필리는 닦은 손수건을 대충 구겨 집어넣고는 총신도 재킷에 도로 꽂아 넣으며 소린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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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린킬리

두린 가 남미 혁명기 AU 메모

소린은 그 바에서 이따금 피아졸라를 연주해주었다. 보수 대신 라가불린이나 진을 마시곤 했다. 남은 안주를 받기도 했다. 반도네온을 끌어매고 연주하다 보면 가끔 킬리가 모자를 눌러 쓰고 관객석에 있는 것을 볼 수도 있었다.


소린이 가진 반도네온은 낡았으나 피아졸라를 연주하기에 부족하지는 않았다. 안고 쓰다듬듯이 누르고, 오므렸다가 벌린다. 그러면 애처로운 음색이 퇴역군인부터 아가씨 사이를 오간다. 단골 중에는 소린의 연주만 듣고 떠나는 자가 많아 그는 항상 마지막이었다. 여자들이 꽃을 주면 그는 바의 벽에다가 걸어 그대로 말리곤 했다.



연주가 끝나면 그는 조카를 데리고 바에서 집까지 약 40분을 걸어갔다. 새벽빛과 흐린 가로등이 섞인 거리에 악취는 그나마 견딜 만했다. 옆에 붙어서 킬리는 필리의 소식을 이야기해주곤 했다. 필리는 혁명군에 입대한 후로 제대로 된 소식을 듣지 못한 적이 한참이었다. 이따금 형제가 단골로 가던 서점이나 밥집에서 발신인 없는 짧은 글만 구겨진 종이에 전해 받을 수 있었다. 명이 붙어 있다는 것에 둘은 안도해야 했다.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었고 필리를 그 가운데에 보낸 둘은 격변의 변두리에 남아 있었다. 이곳 늙은 마을은 여전히 조용하고 지저분했다. 이따금 다 큰 조카는 자다 깨서 삼촌의 방에 와 허리를 끌어 안고 마저 눈을 감곤 했고, 이따금 삼촌은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고 정수리에 코를 묻은 채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 밤이면 서로의 살냄새가 짙어서 아침이 금방이었고, 먼저 침대를 빠져 나가는 것은 항상 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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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13. 01:38

파프님 리퀘 소린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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