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x강 크오 단편

형배준호 / 김최김 / 형배조윤 단문 백업



*형배준호 재혼한 부모의 아들들.


무서운 꿈을 꿔도 엄마아빠에게 찾아가지 못했다. 동생이 엄마아빠에겐 더 아픈 모습으로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의붓형이 제 끙끙대는 소리를 듣고 옆 침대에서 찾아와 악몽에서 깨워주었을 때, 그는 처음으로 부끄럽지 않았다. 너는 나의 악몽을 알지 못하고 나는 너의 화를 이해하지 못해. 그래, 내도 안다, 알고 있다. 형배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준호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붙였다. 십칠 년을 모르고 살다가 어른들의 뜻으로 덜컥 맺어진 형제는 그렇게 치부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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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제(을)를 위한 소재키워드 : 눈사람 / 심장의 고동 / 영원히


무기력한 겨울 해 아래 눈은 하루 내내 쌓여 있었다. 봄에 시작한 고해는 해를 넘기고야 끝났다. 신부복의 떨어진 단추를 달며 준호는 스승의 손가락을 떠올렸다. 목을 옥죄던 힘과, 검은자위가 차오른 눈동자가 함께 스쳤다. 영신이 만든 눈사람에는 눈코입이 없었다. 아이는 이제 성당에 나오지도 않았다. 코마에 묻힌 스승의 가슴을 껴안으면 여전히 심장박동이 들렸다. 준호는 참과 거짓을 구분하고 싶었다. 겨울은 깊어가는데 찬물로 몸을 씻는 날이 많아졌다. 쌓인 눈 아래 묻힌 단추 하나는 결국 찾지 못했다. 꿈을 꾸면 스승의 핏자국이 팔에 얼룩졌다. 눈코입 없는 영신이 저를 탓했다. 그는, 어떠한 사실이 영원히 거짓으로 남길 바랐다. 묻히고 묻혀 그대로 얼어붙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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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바꾸고 하루 몇 대를 덜 피우게 됐다. 이도 몇 주 지나면 소용 없을 터였다. 사람몸이 이토록 간사한 줄은 익히 알았다. 김신부는 오른검지를 잃은 뒤로 라이터를 왼손으로 켰다. 영 버릇이 들지 않아 부싯돌이 자주 헛돌았다. 눈발 위로 연기를 뱉자 이번 겨울엔 물리치료 꼭 받으시라 애원하던 아그네스가 떠올랐다. 눈이 더 나빠지고 있었다. 이제는 안경 없이 글자 읽기도 힘들었다. 범의 몸은 악령을 보지 않은 자들보다 더 빨리 늙고 있었다. 새벽에 깨면 사령들이 눈에 뵈는 게 가장 힘들었다. 나이 들어가는 몸을 좀먹고 끝없이 방해질하는 것은 어쩌면, 제 아집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담배를 바닥에 던졌다. 눈더미에 금세 불이 삭았다. 그는 성당 꼭대기를 올려다보았다. 눈이 흩날려 하늘이 빼곡할 정도였다. 아가토가 죽은 날도 딱 이렇게 폭설이 왔다. 날 풀리고 여름이 지나고 다시 단풍 들 때에도 녀석 때문에 사무친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눈만 보면 그 눈망울이 떠올랐다. 신부는 오랫동안 하늘을 보고 서 있었다. 이마에 눈이 말갛게 쌓이고서 그는 눈꺼풀을 내려감았다. 짧은 기도문을 외고 발을 옮겼다. 먹먹하게 얼어서 자꾸 발이 느렸다. 


너 없다는 거 기억해내는 일이 이렇게 싫다. 시리다, 시리다 준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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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배조윤


공자님, 오늘 달도 밝은데 같이 죽는 기 어떻십니꺼? 목에 대고 말하는 낮은 음색에 소름이 오소소 끼쳤다. 윤은 형배의 뒷목을 살며시 쓸던 손가락으로 상투 아래 머리채를 휘어 감았다. 마주보게 했다. 저를 탐내느라 번들번들하게 빛나는 눈에 공포가 없어서, 머리채 잡힌 주제에 되려 웃고 있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몸을 주었더니 목숨까지 탐내느냐. 눈을 내려깔고 애태울 듯 입술 위에 숨을 주니 단숨에 집어 삼킨다. 오래 뒤엉켰다. 이 시정잡배놈이, 함부로 더듬는 손을 내치지 못해 또 화가 났다. 곱게 다려 놓은 모포 자락이 형배의 무릎 아래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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