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x강 크오 단편

환청



참치필모전력60분, 환청 (형배준호)


구마 후에 환청 보여서 약에 손 대는.....최부제...가 형배 만나는 걸로..


엄청 짧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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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깊으면 말입니다, 준호는 말 한 마디를 잇지도 못하고 마른 침을 삼켰다. 목이 부어 따가웠다. 심한 기갈이 났다. 중독증세였다. 그는 로만칼라를 검지로 늘어뜨렸다. 형배는 담배 연기 너머로 그의 가느다란 눈매를 빤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룸 밖의 비트가 쿵, 쿵, 둘의 침묵을 파고들었다. 룸 안은 벌써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준호가 다시 마른 입술을 열었다. 낫고픈 생각이 들질 않아요. 얼마나 끔찍한지 모릅니다. 패배감이 독하죠, 형제님도 아시잖습니까. 패배감은 사람을, 그리고 몇 번의 기침. 


패배감은 사람을 자꾸 아래로만 눌러요. 여기서 더, 더 낮은 아래가 있다는 걸 우리한테 보여주려고 말입니다.










처음 환청을 들었을 때 준호는 자신의 증상이 무엇인지 대강 짐작해 알았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악령이 들렸다 여겼으나, 아니었다. 악령 '따위'가 아니었다. 죽으면 편할 텐데, 죽으면 편할 텐데, 죽으면 편할 텐데,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쉴새없이 같은 말만 귓가에 맴돌았다. 잠을 자려 눈을 감고 있으면 몇 시간 동안 같은 말이 이어졌다. 어쩔 때는 '도망 가고 싶어', 어쩔 때는 '쓸모 없는 새끼', 또 다른 때에는 '지고 말거야' 같은 짧은 말들이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쉬잖고 반복되었다. 그는 매 밤마다 귀를 싸매고 비명을 삼켰다. 새벽 내내 쉼없이 환청을 듣고 남은 힘을 짜내 새벽기도를 올리고 나면 소리가 겨우 들리지 않았다. 


그는 또한 큰소리가 나는 곳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가만 있다가도 파열음이나 쿵, 물건 부딪치는 소리나 사람의 큰 목소리만 들리면 흠칫 떨었고 심한 때에는 온몸을 발작하듯 떨었다. 그는 사람이 내는 소리를 개 짖는 소리만큼이나 무서워하게 되었다. 소리들이 저를 삼키리란 환영에 시달렸다. 소리만이라면 견딜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냄새였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썩은내를 맡을 수 있었다. 극심한 두통도 함께였다.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는 소리가 바짝 날을 세우고 덤벼드는 것 같았다. 지하철이든, 봉사하러 간 재활원이든, 코끝을 찌르는 썩은내에 구역질이 올라와 도망치길 여러번이었고 급기야 주임신부는 김베드로 신부에게 연락했다. 저 아이 대체 어떻게 만든 거냐고 김베드로 신부에게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고도 준호는 말리질 못했다. 깨질 것 같은 머리만 감싸쥔 채 신음을 삼켜야 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보다 못한 준호의 고등동창 중 하나가 약을 구해주었다. 준호는 무슨 약이냐 묻지 않았다. 먹고 나니 환청 없이 잠들 수 있었고 두통도 사라졌으며 공포도 한층 얇아졌다. 어둠이 지워지자 몸이 편해졌다. 예민한 신부와 수녀들은 아가토 신부를 보고 들떠 보인다고 말했다. 동창이 준 약이 중독성이 있는 안정제인 줄 깨달은 것은 한참 지나서였다. 이미 몸이 중독된 후였다. 


최형배를 만난 것이 그때였다. 입술은 끝없이 마르고 두통은 이전보다 심해졌다. 차마 동창에게 다시 연락하지는 못하고 소문에 소문을 이어 겨우 찾아간 뒷골목에서 브로커와 약속을 잡았다. 하필이면 만나자 한 곳이 클럽이었다. 사복에 배낭을 맨 준호는 입구에서 한참을 맴돌았다. 쿵, 쿵, 문 너머 흘러나오는 비트가 무서웠다. 얼굴을 하얗게 질린 채 겨우 한 걸음을 내디뎠다. 어마어마한 볼륨의 비트가 그를 덮쳤다. 들어가자마자 다리 힘이 풀렸다. 춤추는 사람들이 각각의 인영처럼 흐물거렸다. 코끝에 도는 썩은내를 견디지 못하고 아무 벽이나 붙든 채 결국 헛구역질을 했다. 클럽에 들어온 형배가 그 뒷모습을 보고 다가섰다. 어깨를 잡아 돌리자 안색 질린 얼굴이 드러나고, 준호는 돌연 그의 팔을 붙들었다. 놀란 형배가 비죽이 웃었다. 학생, 많이 취했나? 형배 뒤에 선 덩치들이 낄낄거렸다. 형배가 팔을 풀려 비틀었으나 손아귀는 억세고 늘어지는 품이 간절했다. 형배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준호의 코앞까지 바짝 얼굴을 들이밀고 눈동자를 살폈다. 중독자는 한두 번 본 게 아녔으니 구분하기는 간단했다. 준호는 그의 얼굴에서 옅은 담배 냄새를 맡았다. 겨우 입을 열었다.


우리, 신부님 좀, 불러 주세요.


베드로 신부님이라고, 하는 말이 다시 머릿속 속삭임에 먹혔다. 쿵, 쿵, 쏟아지는 비트가 그의 관자놀이를 으깨고 짓눌렀다. 준호는 소리를 질렀다. 클럽의 소음 속에 비명은 금방 묻히고, 형배는 제 팔에 기대 쓰러진 그를 보고 헛헛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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