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행크찰스] 저는 괜찮아요



하연님 리퀘 행크찰스입니다 :D

마음에 드셨...........으면...........좋겠다..........

리퀘 신청 감사합니다! ㅠ 늦어서 죄송해요 흑...









찰스는 최근 지하 창고에 있는 와인이며 양주들을 맛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쌓아둔 지도 모르고, 손도 대지 않던 것들이었다. 비척이며 계단을 내려가 병 두어 개를 양손에 쥐고 나올 때, 그는 아직 덜 적응된 다리 탓에 자주 넘어지고 휘청였다. 음주가 새 취미가 된 후 그에게 술상대를 해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행크의 몫이었다. 젊은 교수님이 오늘 꺼내 온 술은 버건디였다. 


"혹시 뗏목 타본 적 있어?"


행크는 고개를 저었다. 찰스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소파에 몸을 깊이 묻었다. 다리를 꼬고 발목을 까딱까딱, 움직이며 생각에 집중하는 동안 오른손에 들린 와인은 금방 쏟아질 것처럼 찰랑였다. 행크가 그의 손을 불안하게 쳐다보았다. 


"어릴 때 캠프를 가서 장난삼아 선생들 몰래 타본 적이 있지. 뗏목을 타면 말이야, 나는 가만히 있고 밑의 물이 움직이는 것 같거든."


입으로 가져가는 동안 결국 가죽소파 위에 몇 방울이 흘렀다. 행크는 제 두 손에 쥔 와인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어지러웠던 적은 없었어."


빈 잔을 다시 채우는 동안 거실의 불이 흔들렸으나 찰스는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버건디 병은 이미 절반이 비어 있었다. 남은 절반이 비면 다시 찰스는 어두운 지하창고로 비척이며 내려갈 것이었다. 


"그렇게 무서웠던 적은 없었어."


행크는 단번에 제 잔을 들이켰다. 그는 찰스가 취기로 소파에서 잠들기 전까지 기다렸다가, 그의 위에다 담요를 덮어 주었다. 소파 아래 빠져 나온 손도 담요 아래에 넣어 주었다. 내일은 거실등을 손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저택에서 가장 먼저 볕이 드는 곳은 행크의 방이었다. 빛이 방을 온통 채우기 전까지 행크는 면도를 하고, 씻고, 물방울을 머리칼에서 떨어뜨리며 침대를 정리했다. 교수님의 방을 치우는 것은 그 다음이었다. 먼지를 털고 환기를 하고. 그러나 찰스의 방에 사실상 치울 것이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근래 들어서 대부분의 밤을 거실에서 잠들었기 때문이었다. 행크는 어제 닦은 교수님 방 창틀을 다시 닦다가, 문득 새 소리가 들려 밖을 내다보았다. 두어 마리 새가 날아가는 게 보였다. 어딘가 집을 짓지 않았을까, 근처에는 나무도 많으니 새를 찾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행크는 며칠 동안 찰스가 쓰지 않은 찰스의 방에서, 한동안 그렇게 하늘을 내다보고 있었다. 계절 바뀌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는 깨끗하게 정돈된 방을 만족스레 둘러 보았다. 찰스의 이불을 바꾸어 주어야겠다 생각했다. 


그가 내려갔을 때 찰스는 언제 깬 것인지 거실에 없었다. 부엌에서 소리가 들려 들어가 보았다. 어설프게 계란을 깨고 있는 뒷모습, 셔츠자락이 바지 위로 반쯤 빼죽이 나와 있었다. 


"제가 할게요."


다가가서 그릇을 받아 들었다. 그새 뭘 잔뜩 꺼내 놨는지 벌써 부엌이 엉망이었다. 선뜻 조리대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어물쩡대는 동안 행크가 거품기 들린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손에 쥔 것을 건네 주니 행크가 한 번 웃어 보였다. 그제야 찰스는 한 발짝을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야무지게 하나하나 정리하는 것을 망연히 보고 있었다. 망연히, 보고 있기만 했다. 그는 행크가 요리를 하는 동안 식탁 앞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편하게 지내도 돼. 행크는 걸레를 물에다 적시며 처음 교수의 저택에 온 날을 떠올렸다. 양동이에다 쪼르르 물을 짜내고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에 엎드려 하나하나 닦기 시작했다. 층계마다 새카맣게 묻어 나오는 먼지에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손이 조금 더 부지런해졌다. 


이렇게 큰 저택에서 어떻게 살았어요? 교수님은 제 말에 대답 대신 그냥 웃었다. 방에 들어가서 살았지. 행크는 그 말에 크게 공감했다. 그래, 이렇게 큰 저택이더라도 칸을 나누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슬프지는 않겠지 싶었다. 그러나 요즘의 교수님은 넓은 거실에 누워 소파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잠드는 게 대부분이었다. 들어가서 주무세요, 하고 몇 번 말해 보았으나 찰스는 그를 마주하지 않고 담요에 볼을 파묻곤 했다. 귀찮아, 하는 목소리가 소파 틈에 묻혔다. 그러면 행크는 삐쭉 올라가 허리살을 드러낸 그의 티셔츠 위로 담요를 당겨 덮어 주고 제 방으로 올라갔다. 안녕히 주무세요. 인사하면 찰스는 소파 위로 손을 불쑥 내밀어 흔들어 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교수님이 화를 내는 일은 좀처럼 드물었다. 행크는 들고 있던 걸레를 떨어뜨리며 계단 위에 엎드린 그대로 얼굴만 들었다. 안경을 고쳐 썼다. 네? 하고 되묻는 동안 찰스가 다가와 물양동이며 닦다 만 계단, 검댕이 그대로 묻은 행크의 옷을 황망히 내려다보았다.


"행크, 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괜찮아요."


말을 자르는 어투가 사납지는 않았다. 찰스가 터덜터덜 걸어 내려와 젖은 계단 위에 앉았다. 몇 칸 아래서 꾸물꾸물 몸을 일으킨 행크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가와 몸을 숙이자 뺨을 손바닥으로 쓸어 주었다. 따뜻하게 어루만지곤 안경을 벗겼다. 목을 감싸 끌어당겼다. 두 이마가 맞닿았다. 찰스가 오랫동안 제 뒤통수 머리칼 새를 손가락으로 부비는 동안 행크는 어른하게 흐려진 시야를 떨구고만 있었다. 교수의 청바지는 형편없이 더러워져 있었다. 속상함에 저도 모르게 어깨에다 손을 올렸다. 그럴 리 없건만, 머릿속으로 몇 마디 말이 들린 것만 같았다. 역시 그럴 리 없건만, 제 속에 있는 말은 닿은 이마로 전해지지 않길 내심 바랐다. 그는 흐린 눈을 아예 감아 버리고 이마에 닿은 온기만 말없이 읽었다. 


저는 정말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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